한 권의 법률, 두 개의 세금
상속세와 증여세는 이름이 다르지만 근거 법률은 하나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이 두 세목을 함께 규정합니다. 재산이 대가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점이 같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은 언제 넘어가는가입니다. 재산을 준 사람이 사망해서 넘어가면 상속세, 살아 있는 동안 넘어가면 증여세입니다.
이 하나의 차이에서 나머지 차이가 전부 파생됩니다.
세율표는 하나를 함께 쓴다
두 세목은 같은 누진세율표를 씁니다(상속세는
제26조
, 증여세는
제56조
).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퍼센트에서 시작해 30억 원을 넘는 부분에 50퍼센트까지 다섯 구간입니다.
그래서 "증여세율이 상속세율보다 낮다"거나 그 반대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과세표준이 같으면 두 세목의 산출세액은 정확히 같은 금액이 나옵니다. 실제 세액이 갈리는 지점은 세율이 아니라 과세표준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얼마나 빼는가입니다.
공제 구조가 가장 크게 다르다
상속세의 공제는 사망이라는 한 번의 사건에 붙습니다. 기초공제 2억 원, 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 상속공제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 금융재산 상속공제, 동거주택 상속공제가 한 번의 상속에 대해 적용됩니다.
증여세의 공제는 관계와 기간에 붙습니다. 배우자 6억 원,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이 각 5천만 원(받는 사람이 미성년자인 경우 직계존속으로부터의 증여는 2천만 원), 그 밖의 친족 1천만 원이고, 이 금액은 한 번의 증여가 아니라 10년간 합산한 한도입니다.
정리하면 상속공제는 금액이 크고 한 번뿐이며, 증여재산공제는 금액이 작은 대신 10년이 지나면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신고기한도 다르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합니다(
제67조
). 증여세는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제68조
). 두 세목 모두 기한 안에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퍼센트가 적용됩니다(제69조).
자주 하는 오해
- "증여가 상속보다 세율이 낮다" — 세율표가 같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공제와 합산 범위이지 세율이 아닙니다.
- "먼저 증여하면 상속세와 무관해진다" — 상속개시 전 10년(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준 것은 5년) 이내의 증여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합산됩니다(제13조).
- "둘 중 하나만 내면 된다" — 사전증여재산이 상속에 합산될 때, 증여 당시 이미 낸 세액은 증여세액공제로 정산됩니다(제28조). 같은 재산에 두 번 과세하지는 않지만 계산은 두 번 거칩니다.
- "증여세는 준 사람이 낸다" — 증여세 납세의무자는 재산을 받은 사람입니다(제4조의2).
과세 단위도 다르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 전체를 하나의 과세 대상으로 보고 세액을 계산합니다.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는 전체 세액의 크기를 바꾸지 않습니다. 반면 증여세는 재산을 받은 사람마다 따로 계산합니다. 같은 재산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증여하면 각자의 과세표준이 작아져 더 낮은 세율 구간이 적용됩니다.
이 차이 때문에 두 세목은 과세표준이 같아도 전체 부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세율표가 같다는 사실만으로 두 세금을 나란히 비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두 세목이 만나는 지점
두 세금은 별개로 보이지만 사전증여 합산(제13조)에서 반드시 만납니다. 이 조항 때문에 증여는 상속과 무관한 사건이 아니라 상속세 계산의 입력값 중 하나가 됩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과거 10년의 증여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